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법상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하여 종사자를 사망케 한 경우 개인인 경영책임자 등에 대하여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법인에 대해서도 양벌 규정에 따라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법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업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와 자신들의 의무를 이해하여 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바로 처벌되나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00건 이상의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는데요. 검찰은 수사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120여건 중 51건에 대해 기소하였으며(2024년 5월 31일 기준), 현재까지 법원 판결이 이루어진 20건에서는 모두 대표이사의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경영책임자 등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실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 위반이 명확한 경우 기소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하여 경영책임자 등이 모두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경영책임자 등의 귀책사유 없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로 어떤 의무 위반으로 다투었나요?
기존의 판결을 살펴보면, 주로 중대산업재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평가될 수 있는 법 시행령 제4조의 제3호, 제5호, 제8호의 위반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➊ 유해·위험 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점검 및 필요한 조치(시행령 제4조 제3호)
➋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충실한 업무수행 지원(시행령 제4조 제5호)
➌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매뉴얼 마련 및 조치 여부 점검(시행령 제4조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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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는 경영책임자 등이 해당 사고가 발생한 작업에 대한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실시하였는지, 발견된 유해·위험 요인에 대하여 적절하게 조치하고 안전한 작업수칙을 마련하여 이행하였는지를 판단합니다. (시행령 제4조 제3호). 애초부터 작업의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거나 그 절차의 이행을 관리하지 않았는지, 또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에 따라 법 위반 사실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위험성을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거나, 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확인하지 않았다면 해당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관리감독자 등에게 업무수행 권한을 주지 않거나, 업무수행에대한 평가 등의 관리를 하지 않아 업무를 소홀히 하도록 방치하였는지를 판단합니다. (시행령 제4조 제5호). 동시에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이 마련되지 않아서 업무가 수행되지 못한 것인지도 함께 판단하고 있습니다.(시행령 제4조 제4호).
마지막으로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이 존재하는지, 급박한 위험 발생 시 작업중지, 대피 및 구호조치 등에 대한 정보 등이 적절히 제공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시행령 제4조 제8호). 만약 비상 대응 매뉴얼이 없거나 적절한 조치가 제공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라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 법 위반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중대산업재해의 발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의무 외에도 종사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서 사고가 예견되거나 예방될 수 있었는지(시행령 제4조 제7호),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대한 점검과 조치를 취했다면 사고가 예방될 수 있었는지(시행령 제5조 제2항)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
어떻게 이행하면 좋을까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위험 요인을 발굴하여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법률입니다. 따라서 다음 세 가지의 사항을 반영하여 법령상의 의무 이행이 사업장의 실질적인 안전보건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첫째,
현장의 근로자가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면
즉시 감독자에게 보고하여 개선 등의 조치로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사고 위험은 근로자가 제일 먼저 인지할 수 있으며, 신고 등을 통해 위험이 파악되어야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해·위험 요인의 파악에 관한 근로자의 역할과 참여를 강화하고 상시적으로 유해·위험 요인을 신고하고 조치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장 안전보건관리규정 등을 통해 관리감독자와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역할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역량
평가 등에 안전보건에 관한 항목을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작성하는 서류는
소속된 사업장에 관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사업장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경영방침, 위험성 평가 보고서, 예산에 관한 서류 등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이행으로 인정되지 않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判) 이사회에 보고한 안전보건계획이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과 규모가 반영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의 건설회사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을 열거할 뿐, 재해의 예방, 유해·위험 요인의 개선, 그 밖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에 필요한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관한 실질적, 구체적 방안이 없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호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려움(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8.25. 선고 2023고합8) 判)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매뉴얼 작성, 초청 강연 및 자문 실시에 대하여, 매뉴얼은 일반적 내용으로 현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로 보기 어려우며, 초청 강연, 자문도 현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로 보기 어렵고, 위험성평가표는 다른 공사현장의 경험에 기초하여 형식적으로 작성하고 개선도 하지 않아서 의무 이행으로 보지 않음(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10.6. 선고 2022고단3255)
셋째,동종의 재해 또는 파악된 유해·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건(3건)의 특징을 살펴보면, 기존에 산업재해로 인해 처벌된 전력이 있거나 해당 사고 발생의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하거나 해태한 경우입니다. 제2호와 제15호 판결에서, 경영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어,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예방할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고도의 업무상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20호 판결의 경영책임자는 해당 사업장에서 수차례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동종의 범죄로 7차례의 처벌을 받았음에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양형에 반영되었습니다.
산업재해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고 발생의 원인을 경영책임자가 파악하여 관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이 자신이 발견한 유해·위험 요인을 신고하여 조치하도록 체계를 만들고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 이행에서도 앞에 제시한 세 가지의 방향을 고려하여 기업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 문화와 관리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할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